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4분기에 영업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징크스’가 또 다시 반복됐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R&D) 비용이 4분기에 많이 투입됐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조1979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4.3% 늘었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5억원으로 전년대비 14.4%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652억원으로 31.9% 줄었다. 회사 측은 수익성 악화에 대해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이 전년대비 14.3% 증가했고, 2015년 일동제약 주식 처분으로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에 따른 역기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전년대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회사 측은 "4분기 영업이익은 국내외 사업 호조와 효율적으로 판매관리비를 집행하면서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실적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분기 중 가장 저조한 수치다. 녹십자는 지난해 1분기 109억원, 2분기 240억원, 3분기 34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2015년 4분기 영업이익이 5억7200만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전년동기대비 수익성이 개선된 듯한 착시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사실 녹십자는 지난 몇 년간 매년 4분기 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녹십자가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공개한 2011년 이후 분기별 실적을 보면 녹십자는 매년 4분기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3분기에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수직하락하는 패턴이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재현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1년에는 4분기에 올린 영업이익이 105억원으로 1년 영업이익의 11.9%에 불과했고, 2012년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 4분기에도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 분기(444억원) 대비 12.4%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4년 4분기 영업이익은 연간 영업이익의 12.4%만 기록했고, 2015년 4분기에는 1년치의 1%에 못 미치는 이익을 냈다.
녹십자는 지난 2010년 신종플루의 수혜로 사상 최대인 14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에도 4분기 영업이익은 13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회사 측은 “직원 퇴직금 누진제 비용처리와 상여금 지급에 다소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녹십자의 매출액은 매년 3, 4분기에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독감 백신이 본격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유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정 시기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녹십자 측은 “매년 4분기에 R&D비용이 집중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4분기마다 R&D투자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은 연관성은 있어 보인다. 녹십자는 지난 2011년을 제외하고 2012년 이후 매년 4분기에 가장 많은 R&D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를 기록했던 2012년에는 연간 R&D 비용 692억원 중 43.2%인 299억원을 4분기에 투입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연간 R&D 비용 중 4분기에만 각각 34.1%, 27.6%를 지출했다. 지난 2015년에는 4분기에 1년 R&D 지출 중 35.6%를 쓰면서 영업이익이 5억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매년 4분기에만 R&D 비용이 많아지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1~3분기에 투입하지 못한 R&D비용을 4분기에 투자하거나, 실적이 좋을 때 이듬해 진행 예정인 투자를 미리 앞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매년 4분기 R&D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도 상대적으로 낮아지지만 R&D투자가 분기별 편차를 나타내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