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사상 처음으로 화학업계 연간 영업이익 1위에 올라섰다. 그간 1위를 지켜왔던 ‘맏형’ LG화학은 롯데케미칼의 호성적에 2위로 밀려났다.
2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976년 창립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2조547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3조2235억 원이다. 전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12.9%, 영업이익은 58.1% 각각 늘어난 수치다. LG화학은 전년보다 9.2% 성장한 1조99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5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상승 요인은 제품 마진 스프레드 개선과 롯데첨단소재 인수효과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에틸렌은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원료인 납사의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고, 독일 바스프 NCC 폭발사고와 아시아 지역 내 설비 증가세 둔화와 정기보수 등으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수요 증가로 2015년 국제가격이 평균 톤당 605달러 선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900달러를 넘어섰다. 롯데케미칼은 저유가로 원료 가격이 낮아졌지만, 에틸렌이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마진을 챙길 수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에틸렌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253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 내 에틸렌설비 규모를 연 20만 톤 증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실적 호조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틸렌 글리콜(MEG), 부타디엔(BD)의 스프레드가 가장 높은 이익을 기록한 2011년 수준으로 확대됐고, 춘절 이후 계절적인 수요 증가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의 스프레드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1분기도 타이트한 수급 지속과 유가 강세로 인한 수요 촉진으로 견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사의 순위 변화는 롯데케미칼이 전통적인 석유화학부문에 집중하며 한우물을 판 반면, LG화학은 배터리, 바이오, 수처리 등 신성장동력을 토대로 한 사업다각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외에 전지사업부문,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사업부문 등 배터리, 바이오사업에서는 모두 적자를 봤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포함된 전자부문은 지난해 49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은 2015년 10월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이 자국 배터리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에 나선 데다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들이 잇따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