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ㆍ단체협약 협상을 둘러싼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측은 금속노조 배석에 반발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고, 노조는 명백한 해태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전일 울산 본사에서 ‘76차 임단협’ 교섭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금속노조와 함께하겠다는 노조 측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면서 교섭이 불발됐다. 지난달 23일, 25일에 이어 세 번째 불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금속노조에 단체교섭권이 있는지 근거를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관계자가 참여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70여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그간 노조는 16번의 파업을 벌였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건 지난해 10월 사측이 분사 안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노조는 분사 안 전면 철회를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12년 만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복귀했다.
사측은 지난달 19일 노조에 △올해 말까지 종업원 고용 보장 △1년간 전 임직원 기본급의 20% 반납 △임금 12만3000원 인상 △성과급 230% 지급 △노사화합 격려금 100% + 15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
임단협 타결은 사측에 발등의 불이다.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근 권오갑 부회장을 직접 찾아가 “노사 문제 등 내부적인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인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사 협의를 통해 경영개선 계획을 더욱 신속히 이행하라는 채권단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강환구 사장은 지난달 20일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야 한다”며 “내 뜻은 분명하고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 연휴 전 타결’이란 목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갈등을 봉합할 만한 기폭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지부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금속노조의 교섭권은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고 74차 교섭부터 금속노조 위원장이 부위원장에게 위임해 교섭에 참여했다”며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계속 거부한다면 이는 분명한 교섭 해태로서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