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일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을 홍콩에서 강제 연행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샤오젠화는 경호원 2명과 함께 지난달 27일 오전 1시께 홍콩의 포시즌스호텔의 서비스 아파트인 워터프론트에서 사복을 입은 중국 공안 요원 5~6명에 의해 납치돼 중국으로 연행됐다. 샤오 회장이 잡혀간 이유는 불분명하다.
포시즌스호텔은 홍콩 경찰에 샤오 회장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제출했다. 한 소식통은 “샤오는 항상 여성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있었다”며 “납치 당시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복도와 엘리베이터 등에서 실랑이를 벌이지는 않아 순순히 끌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샤오 회장은 이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공안에 의해 연행됐지만 괜찮다고 전했다”며 “홍콩 경찰에 신고한 것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샤오젠화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은행과 보험사, 부동산개발업체 등의 지분을 보유한 영향력있는 지주회사인 베이징 소재 밍톈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리포트는 샤오젠화의 개인재산이 60억 달러(약 6조9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캐나다 시민권과 함께 카리브해 섬나라인 앤티가바부다가 발행한 외교관 여권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의 여파로 홍콩의 럭셔리 호텔이 제공하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억만장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샤오젠화가 시 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와 남편 덩자구이가 소유한 회사에 24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자칭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사위에게도 재정적 지원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일국양제 체제인 홍콩의 사법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지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샤오의 실종으로 홍콩이 자치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다시 커졌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샤오 회장은 이날 밍톈그룹 계정에 “나는 신병 치료차 해외에 있으며 조만간 복귀할 것”이라며 자신의 납치설을 부인했다. 그는 또 두 번째 성명에서 중국 송환설을 재차 부인하면서 “캐나다 시민이며 홍콩 영주권자로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결코 중국의 이익에 해를 끼치거나 어떤 반정부 조직도 지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FT는 기업인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중국 공안에 억류되고 나서 소셜미디어나 이메일 또는 가족들을 통해 자신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강요받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