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감원 부추기는 디지털 금융

입력 2017-02-01 11:23 수정 2017-02-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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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인공지능(AI) 기술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금융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로봇 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디지털 금융으로 대변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은행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은행권에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희망퇴직 바람이 디지털 금융의 발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원인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올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4100여 명이다.

눈에 띄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2015년 말 11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올해 초 2795명을 또 내보냈다. 2010년 3244명의 희망퇴직을 시행한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국민은행의 직원은 약 2만 명에서 1만7000여 명 규모로 줄어든다. 다른 시중 은행들의 직원 수는 1만5000여 명 수준이다.

국민은행 희망퇴직 신청자의 남녀 직원의 성비는 비슷하다. 연령대는 남성이 40 ~ 50대, 여성은 30 ~ 40대가 가장 많다. 이 중 남성은 과·차장 등 책임자급, 여성은 대리·계장 직급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 일할 나이의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셈이다.

하나은행도 2년간 1400명이 짐을 싸서 나갔다.

이들이 은행을 등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탓이다. 업무 강도가 점점 세지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개인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사 풍토에 대한 부담도 있다.

당장 내년부터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면 영업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게 된다. 더 각박해지기 전에 수억 원에 달하는 두둑한 위로금을 밑천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은행업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대표적인 비대면 채널은 송금이나 출금 업무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굳이 은행을 가지 않아도 웬만한 은행 업무를 모바일로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

비대면 채널이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자 은행들은 영업점포를 축소하는가 하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봇이 등장하는 등 매일같이 진일보한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조직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은행원들은 불안감이 크다.

지금까지는 사측의 강압에 의한 희망퇴직이 거의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디지털화로 인해 ‘사람의 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수록 감원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걸맞은 은행들의 인력구조 재편 움직임이 감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신성장동력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디지털 금융이 정리해고의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

은행원들을 일터에서 내쫓기보다 인력 고도화를 통해 더 나은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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