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기존 은행과 달리 영업점 없이 365일 24시간 연중무휴의 운영 방식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고, 변화에 순응하려는 금융권의 호응도 컸다. 금융당국은 대표적인 금융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은 IT 기업과 금융 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사상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는 지난해 말 경합을 통해 가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인터파크, SK텔레콤 등이 참여한 아이(I)뱅크를 제외하고 카카오뱅크, 케이(K)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줬다.
카카오뱅크에는 다음카카오(10%), KB국민은행(10%), 한국투자금융지주(50%)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KT(8%)와 우리은행(10%), NH투자증권(10%)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케이뱅크가 이달 중 금융위의 본인가를 받으면 미국, 유럽, 일본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발은 보이는 것만큼 매끄럽지 못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의 ‘메기’가 되려면 IT 기업의 ‘혁신 DNA’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금융 회사의 지분이 월등히 많은 현재의 지배 구조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될 금융 회사들은 변화보다 안정에 익숙하다.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당국이 머리를 싸매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예외적으로 비껴갈 수 있게 해 ICT 기업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대출 등 정상적인 은행 영업을 위한 추가 자본 확충도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엔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최대 10%(의결권 4%, 비의결권 6%)로 정한 비금융 회사의 은행 소유 지분을 50%까지 늘릴 수 있도록 은행법을 손봐야 한다.
여당은 물론 그동안 강하게 반대해왔던 야당의 일부 의원이 제한적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은행법 개정이 쉽지 않자 특례법 제정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국정 마비 사태도 장기화하고 있다. 정쟁에 휩싸인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금융위도 혼란 정국에 손을 놓고 있다. 기름도 채우지 않은 배를 망망대해에 그대로 떠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작금의 탄핵 정국에 희생양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시급한 경제 법안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여러 효과와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