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월 수출이 33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ㆍ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단가가 회복되고 수출 물량도 증가한 덕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 일 수 있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0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 월별 증가율이 두자릿수로 나온 것은 2013년 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수입은 371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8.6%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32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6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 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하락세가 이어지던 수출이 반등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역 1조 달러 회복을 기치로 내건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이후 4년 연속 교역 1조 달러를 이어오다 2년 연속 무산됐다.
지난달 수출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와 석유ㆍ화학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단가 상승이다. 반도체는 64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석유화학 수출액 역시 35억2000만 달러로 2014년 12월 이후 최대다.
OPEC의 감산과 국제유가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다. 유가가 오르면 우리가 주로 수출하는 석유화학 관련 제품의 가격도 오른다.
또한 수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기저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9.6%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있던 지난 2009년 8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수출액이 평년보다 크게 늘지 않아도 1년 전과 비교해 산정하는 수출 증가율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세계 교역과 성장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낙관하기에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경기 둔화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악화 등 수출 부진의 원인은 지속되고 있는데다, 오히려 통상환경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도 우리에게 시련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최근 부진에 빠진 대(對) 중국 수출도 3개월 연속 늘었지만 중국 정부가 사드 논란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부는 최근 수출 회복 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올해에도 수출 구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보호무역 확산에 적극 대응하는 등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수출 성적표를 받아들고 어떻게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했는데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앞으로도 특히 반도체, OLED 등 분야 등에 규제와 애로를 일괄적으로 해소하도록 하고, 올해 상반기 중 수출 전시회 등 중소ㆍ중견기업을 집중 지원해 수출 플러스 기조 전환 모멘텀을 살려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