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굴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중국 국영 주력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난징에 30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메모리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칭화유니의 대규모 투자는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칭화유니는 이날 성명에서 “새 난징 공장은 스마트폰과 기타 기기에서 데이터를 저장할 때 쓰이는 3D 낸드와 D램을 생산하게 되며 월 생산용량은 10만 웨이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중국 내 다른 도시인 우한에 240억 달러 규모의 메모리칩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데 이어 새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의 반도체 기술과 노하우를 얻으려 했으나 외국 정부의 승인 거부로 몇 차례나 인수 시도가 무산된 이후 직접 해외인재를 확보하고 자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켰다. 대만 이노테라메모리 회장을 역임한 찰스 카우가 지난 2015년 10월 칭화유니에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이노테라의 최대 주주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다. 칭화유니는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찰스 카우 이외에도 대만 반도체업체 베테랑들이 잇따라 칭화유니에 합류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미국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얼마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를 특히 경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도체는 모든 컴퓨터 장치의 두뇌 역할을 하며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도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기술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4년 16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자국 업체 점유율을 약 10%에서 10년 후 70% 이상으로 높인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미국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 자본의 독일 반도체업체 아익스트론 인수를 무산시켰다. 록히드마틴 등 자국 방위산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둔 아익스트론이 중국에 넘어가면 반도체 핵심기술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윌버 로스 차기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반도체에 대한 야망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이며 지금까지는 많은 양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했다. 반도체는 건물의 블록과도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