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차원의 대미 경제 외교에 구멍이 뚫렸다. 재계를 향한 특검 수사와 경제단체의 활동 위축이 그 원인이다. 글로벌기업 리더들이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을 포기하면서, 국내 대기업 총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9년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재계 주요 총수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자격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대거 참석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국내 정·관계 인사 중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취임을 축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때 한국외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정 이사장과 악수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각 기업 수장들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미국 현지 사업장을 방문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차기 정부 인사들과 발 빠른 접촉을 시도하는 등 사업 기회 모색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차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재계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변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단체를 통한 민간외교 채널까지 막히자,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변화 흐름에서 낙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GM·도요타·피아트크라이슬러·소프트뱅크·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 때리기’에 한창인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의식, 경제외교 행보를 넓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 기업인 가운데서는 중견기업을 대표해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 중 트럼프 당선자 측과 교류가 없는 대기업 집단은 한국뿐”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