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대상선은 미국 롱비치터미널(TTI)과 장비 리스업체인 HTEC의 지분 20%를 확보키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롱비치터미널 등의 지분 20%를 1560만 달러(약 184억 원)에 인수한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롱비치터미널의 2대주주가 된다. 1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세계 2위의 스위스 해운선사 MSC다. 지난달 20일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MSC에 매각키로 하고 지분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당시 MSC는 롱비치터미널 지분 46%를 보유한 2대주주로,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다.
앞서 현대상선은 MSC와 컨소시엄을 맺고 한진해운 지분 54%에 대한 공동인수를 추진했으나, 과도한 부채 등 경영권 확보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 공동입찰을 철회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이번 지분인수를 통해 하역비 절감 등 실질적인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롱비치터미널에 대한 항만 요율을 MSC와 동일하게 적용받아, 하역비 절감과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롱비치터미널 대주단이 보유한 대출금 3억2000만 달러(약 3770억 원)와 미국 항만청에 지급해야 할 11년간 임대로 9억 달러(약 1조602억 원)에 대한 보증은 모두 MSC가 맡는다. 즉 현대상선은 부채와 보증에 대한 책임이 없다.
이와 함께 롱비치터미널 이사회 멤버 3명 중 2명은 MSC 측, 1명은 현대상선 측으로 구성된다. 롱비치터미널 운영에 있어서는 사업목적의 변경, 자본적 지출이 있는 경우 등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반드시 현대상선의 동의가 필요토록 했다.
결국 롱비치터미널 소수지분 인수로 △북미 서안에 대한 선복량(BSAㆍBasic Slot Allocation) 확대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지분 확보 △MSC와 동일한 항만 요율 적용 △아시아-미주 노선의 경쟁력 확보 등 실익만 챙겼다는 게 현대상선의 설명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에 대한 재무 부담이 크지 않고, 우발 채무에 대한 보증이 전혀 없다”며 “오는 4월부터 ‘2M+HMM’ 전략적 협력을 통해 아시아-미주 노선이 강화되면 롱비치터미널의 물동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해운사가 또다른 알짜 자산을 잃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준수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결과적으로 롱비치터미널의 대주주는 MSC가 돼 한국 선사의 중요한 해외 터미널이 외국 선사에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