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

입력 2017-01-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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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대선시계가 빨리 돌아가자 그들은 더 바빠졌다. 오래전부터 대통령을 하려고 했던 사람도 있고, 갑자기 존재가 두드러진 사람도 있다. ‘박근혜 같은 사람도 대통령을 했는데 내가 그런 걸 왜 못해’, 다들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여론조사에는 일정한 흐름과 추이가 있는 것 같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연초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100% 그대로 현실화하는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자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조사 대상에서 갑자기 빠진 대통령 지망자가 섭섭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조사대상에 끼지도 못한 사람 중에는 벌써 다섯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대통령이 되겠다기보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해야만 당내 입지 확보나 지분 챙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19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래저래 하찮아진 느낌이 든다.

그래도 대통령은 잘 뽑아야지. 앞으로 박 대통령 같은 사람을 다시 뽑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에서 스스로 기준을 마련해 따져보게 된다. 기준의 핵심은 ‘홀로 독’(獨)이라는 글자다. 獨은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犬)☞개)부와 음(音)을 나타내는 蜀(촉→독)이 합해져 이루어진 글자라고 한다. 개는 모이면 싸우므로 한 마리씩 떼어 놓은 데서 ‘홀로’라는 뜻을 갖게 됐다니 재미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은 모이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는 것인가.

먼저 정책이나 발상, 현안에 대한 결정, 내세우는 시대정신이 독창적이고 독특한가를 본다. 다른 사람이 이미 써먹은 철 지난 구호를 다시 들고 나와 앞과 뒤가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고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한 것 같은 사람도 그 결정이 주어진 틀 안에서 정해진 모범답안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새로운 변경을 개척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행동이나 생각이 독선 독존 독단적이어서 독재로 흐를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배척해야 한다. 그런 사람의 독창과 독주(獨奏)는 국민의 귀를 어지럽히고, 그런 사람과의 독대는 문제를 양산한다. 그런 사람의 독연(獨演) 독백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런 사람의 독주(獨走)는 나라를 망친다. 남의 도움 없이 혼자 결정하고 일을 처리하는 독행독보(獨行獨步)도 위험하다.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독고독락(獨孤獨樂)으로 살아갈 사람인가를 따져야 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절대로 다시 뽑으면 안 된다. 혼자서 먹는 독식이든 혼자 다 차지하는 독식이든 독식은 무조건 나쁘다.

맹자가 이야기한 환과고독(鰥寡孤獨)은 홀아비와 과부, 어리고 부모가 없는 사람, 늙고 자식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의지할 데 없는 궁민(窮民)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보듬는 자세와 마음이 갖춰져 있는가.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과 바탕이 갖춰져 있는가 뜯어봐야 한다.

그리고 언행에 구차스러운 게 없고 한결같아야 한다. ‘순자(荀子)’에는 불구(不苟)편이 있다. 순자가 군자의 특징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행동이나 말에 구차함이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구차한 것인가? 한마디로, 예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내놓는 해명이 구차스럽고 어쭙잖아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성인군자를 가려내는 건 아니지만, 구차스럽지 않은 것은 최소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고독한 결단을 겁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는 고독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독은 풀어주려 애쓰는 사람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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