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주요 계열사 의사 결정 구조를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제로 의원화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초대 이사회 의장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된다.
기존에는 주로 계열사 대표이사(사내이사)들이 각각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했는데, 앞으로는 사외이사 가운데 의장을 선임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인사에 개방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강제성을 띄는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사세가 크게 불어난 만큼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는 박 회장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에 시각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실천하려면 이사회가 경영진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과 김 전 위원장의 인연도 새삼 화제다. 박 회장이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던 시절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법규총괄 과장이던 김 위원장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실은 박 회장이 낸 자서전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이후 2010년 박 회장은 재경부 차관에서 퇴임한 김 전 위원장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영입했고,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두 달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김 전 위원장과 박 회장의 인연은 지속됐고 김 전 위원장이 퇴임 이후 고위 공직자 취업 제한 기간인 2년이 끝나자마자 박 회장은 2015년 3월 그를 다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사측에선 김석동 전 위원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는 표면적 이유는 경영 투명성 확보라고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영입이 불완전 판매 이슈로 금융당국의 제재가 코앞에 다가온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 건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한다.
합병 이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개인투자자 500여 명에게 ‘베트남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를 사모로 판매했다. ‘베트남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는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의 랜드마크 72빌딩 인수 거래에 투자한 선순위 대출 3000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다.
당시 이 상품은 개인들에게 6개월 만기 연 4.5%의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고 하면서 이틀 만에 무려 2500억 원 규모가 팔려나갔다. 미래에셋은 15개의 SPC를 설립, 각 SPC별로 49인 이하 투자자를 분류해 사모로 판매했다. 이는 사실상 500여 명에 대한 공모 투자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사모로 위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상품은 ‘공모로 판매했어야 할 것을 사모 형태로 팔았다’는 논란을 정무위 국감에서 받으면서 특별검사 대상이 됐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모형 상품을 사모로 둔갑시켜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당국의 제제가 미래에셋대우 통합 출범 이후 이달 중 첫 제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박 회장이 관 인맥 가운데 가장 신임하는 김 전 위원장을 이사회 이장으로 영입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 김 전 위원장이 아무래도 금융위원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이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제재안 수위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