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신현우 옥시 전 대표 징역 7년…존 리 무죄

(이투데이DB)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처음 논란이 불거진 지 6년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부장판사)는 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 옥시 책임자들이 안전성 검사 없이 제품을 판매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품 출시 이전에 흡입독성 실험을 직접 하거나 기관에 의뢰하지도 않았다”며 “안일하게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기고 결함 상품을 출시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안전성을 확인하지도 않은 제품에 ‘인체에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소비자를 속여 제품금액 상당을 받아낸 혐의에 대해서는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화학제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임직원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고, 막연히 인체에 안전할 거라고 믿고 라벨에 거짓 표시를 했다”며 “이로 인해 수백여 명의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어 유례없이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도 했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남은 가족들은 배우자와 아들, 딸을 죽게 했다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출시 이후에라도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면 비극적인 사건 발생을 막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안전성을 경시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신 전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7년을 선고했다.

반면 존 리 전 대표는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존 리 전 대표는 영업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했고, 매출 목표 달성이 주된 임무였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거라브 제인 전 대표 등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고려됐다.

옥시와 같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제조ㆍ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노병용(66) 롯데물산 사장은 금고 4년을, 김원회(62)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62)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만들어 제조ㆍ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 전 대표 등은 인체 안전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기 겉면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문구를 넣어 판매한 혐의도 받았다. 홈플러스는 2004년, 롯데마트 는 2006년부터 옥시 제품을 모방해 유해물질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출시했다. 노 사장 등 마트 임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흡입독성실험 등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