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사이에 연이어 터진 오너가 3세들의 잇따른 폭행 사건에 사회적인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벌어진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기 위해 ‘신뢰 회복’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어느 때보다 악화될 올해 경영환경에 ‘정신 무장’을 주문하는 상황에 찬물을 끼엊은 것.
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팀장은 이날 새벽 3시 반쯤 서울 청담동에 한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 두 사람을 폭행,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 입건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는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종업원과 시비가 붙자 술이 있는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의 소란 행위로 논란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재벌들의 비정상적 경영권 세습으로 인한 왜곡된 특권의식과 무너진 공적 권위가 이런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의 부호 중 상속형 부자 비율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상위 주식 부자 40명 중 25명이 상속형 부자로, 그 비중이 62.5%에 달하고 있는 것.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모 세대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계급화가 고착되는 모습”이라며 “문제는 그런 상속형 부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회와 격리되며 다른 구성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무너진 공적 권위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재벌 자제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일탈행위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공정한 처벌을 받는다면 특권의식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며 “재벌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공감하며 건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재벌가 오너 자제들의 잇따른 폭행 논란이 추문을 넘어 ‘반재벌 정서’로 확대되며 기업 리스크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김씨의 폭행 사건관련해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며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이 오너가의 일원이 개인적으로 일으킨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만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여론이 더 악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