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승승장구하던 제약·바이오 산업은 9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해지 소식에 급전직하해 침체한 분위기로 한 해를 마감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특성상 긴 호흡이 있어야 한다. 이에 관련 업계는 올 한해에도 정체해 있는 국내 산업의 돌파구로 ‘신약개발’과 ‘수출’이라는 명제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일 제약·바이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체된 국내 산업 현황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의 모멘텀은 수출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한해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례로 의약품 내수 시장규모는 약가인하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6년째 약 20조 원 규모로 정체해 있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날 의약품이 국내 개발 신약과 제네릭 의약품으로 대체되면서 수입액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 만으로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되기에 부족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파머징(이머징 국가 의약품 시장; 이머징+파머시(pharmacy)의 합성어) 마켓으로의 제네릭 매출 위주로 증가해온 수출액은 2010년 이후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연평균 19.6% 증가하면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2015년 최초로 바이오의약품 무역 흑자를 달성한 이래 내수 산업에서 수출 산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변화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이 주도할 것이란 평가다. 바이오시밀러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 판매가 올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수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심사 중인 바이오시밀러 6개 중 2개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이고, 유럽시장은 심사 중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12개 중 5개가 삼성과 셀트리온의 파이프라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이태영 연구위원은 “후속 파이프라인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지만 이미 국내 제약기업은 2020년 35조 원 규모로 전망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올해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힐러리가 강력하게 주장해온 고가 약물의 약가 인하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정부 규제에 따른 제약사 성장 둔화에 대한 단기간의 우려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또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완제의약품은 시설, 허가,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인도, 이스라엘 제약사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며, 미국 제약사와 협력관계를 가지는 원료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각각 진입장벽과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의료 정책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바이오 거품으로 표현됐던 기존의 상황과 다르게 고급 인적 자원이 바이오 기업에 분산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VC(벤처캐피탈) 투자의 증가로 개별 바이오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 수출 확대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상3상까지 세제혜택 확대, 약가 규제 완화, 부처를 통한 예산 증액을 통해 바이오 신사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은 기술특례, 성장성 특례로 상장조건이 완화되고 정부지원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1상부터 판매 허가까지 의약품의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한 것이 업계의 특성”이라며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투자 기조는 유지하는 가운데 수출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