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수성난(創業易 守成難)이라는 말이 있다. 창업은 차라리 쉽지만 수성이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 당 태종은 신하들에게 “창업과 수성은 어느 쪽이 더 어렵소?”라고 질문했다. 방현령이 “난세에 이루는 창업이 더 어렵다”고 말하자 위징은 “천하를 얻고 나면 교만과 안일 속에 빠져 그만 잃게 되니 수성이 어렵다”고 반론을 펼쳤다. 태종은 “창업의 어려움은 지나갔다”며 수성론에 더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수기업인 삼양그룹의 김상홍(1923. 12.17~2010. 5.23) 명예회장은 63년간 기업 활동을 펼치며 창업보다 힘들다는 수성에 성공한 2세 경영인이다. 25세에 삼양사에 입사, 33세에 선친의 뒤를 이어 경영 일선에 뛰어든 그는 1996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기까지 삼양그룹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삼양의 기업정신인 ‘분수를 지키는 양복(養福), 욕망을 절제하는 양기(養氣), 낭비를 금하는 양재(養財)’ 3대 삼양훈과 ‘중용지도(中庸之道)’를 기반으로, 김상홍은 자서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에서 “재계 랭킹 몇 위 어쩌고 하는 언어의 마술에 홀려 방만한 기업 경영을 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도리어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그런 기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런 경영방침 덕에 삼양그룹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에도 큰 어려움 없이 위기를 벗어난 기업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삼양그룹의 과거는 그리 밝지 않다. 창업주인 김연수(1896. 8.25~1979. 12.4)가 일본 전쟁에 협력하며 오랫동안 친일 기업인으로 활동했다는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일명단에 올라 있는 김연수는 1949년 반민특위 재판에서 속죄하고 무죄를 받았으며 일제의 폭거에 맞서 민족자본을 형성한 공로자라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