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국정운영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권한 대행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무회의와 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의 매일 주재하며 외교·안보·경제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다. 황 권한대행의 예상 외 움직임에 야권은 견제의 고삐를 바싹 조였다. 탄핵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야권과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가속화하는 황 권한대행 간에 미묘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두 번째 국정현안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들의 뜻과 기대를 받들어 국정의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특히 서민생활 안정과 국민안전 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쉴 틈 없이 현장을 챙기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현안인 조류인플루엔자(AI)와 관련해서는 매일 점검회의를 개최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날도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인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하게 지시했다. 황 권한대행은 “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어려움이 가중되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대해 정책자금의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계부처에는 “대내외 경제 변동성이 큰 상황이므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빈틈없이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여성 상대 범죄 전담수사 확대, 투자사기·서민갈취 행위 집중 단속 등 민생과 직결된 치안 강화 대책도 내놨다.
이처럼 황 권한대행은 민생현안 대응에는 거침없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국회와는 아슬아슬한 기싸움 중이다. 황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국정 안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이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 수용 요구에는 확답을 피하며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에도 난색을 표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와의 소통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 운영의 두 축인 정부·여당 가운데 여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 합의 없이 정부가 선뜻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야권은 “대통령 흉내내지 말라”며 국정운영 영향력을 넓히는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 질문 출석과 관련해서도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야당 원내 지도부를 찾아 전례가 없는 만큼 국회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야당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