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해체 작업이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시사하는 공언을 하면서 그룹 차원의 조직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으나,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따른 그룹 차원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해당 작업의 구체적인 로드맵 역시 아직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은 미전실 해체에 대한 로드맵 존재 여부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미전실 해체 이후 소속 임직원들의 계열사 이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발언하면서 미전실 기능 재편 작업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사장의 발언에 따르면, 그룹은 현재까지 미전실 해체에 대한 큰 윤곽을 잡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엘리엇과의 지분 대결 3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때까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을 존속시킨 뒤, 해체 시기를 고려하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삼성은 엘리엇의 공세, 지주사 체제 전환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왔던 미전실이 해체될 경우, 그룹 내 대신할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미전실 해체 및 재편 방향의 큰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단 인사 역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현호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은 인사 시기에 대한 질문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사장단 인사와는 상관없이 ‘글로벌 전략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가 예정대로 되는지에 관한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은 매년 12월 각국에 있는 임직원이 모여 내년도 경영 전략을 도출하는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올해 글로벌 전략회의는 오는 19~20일 경기 수원디지털시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는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인구변동과 미래사회’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