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의 올해 해외수주액이 300억 달러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2007년부터 줄곧 3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해 온 수주액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후퇴하면서 사실상 300억 달러 마지노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액은 총 233억930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중동지역이 92억 달러로 전년보다 38% 후퇴했고, 아시아(101억 달러)와 북미(14억 달러) 시장도 각각 43%, 51% 감소했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6억 달러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41%, 6% 떨어졌다. 중남미(15억 달러)는 65%로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가장 많은 수주액을 달성하고 있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두 국가 수주액을 더해도 64억 달러에 불과하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2005년 8년 만에 100억 달러를 넘긴 뒤, 2006년 165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듬해 398억 달러를 넘어서며 처음으로 300억 달러 선에 진입했다. 수주액이 쪼그라들면서 약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해외수주가 이같이 추락한 데는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저유가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중동 국가들이 발주예산을 대거 축소해서다. 발주처의 수주 요건은 고도화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가 이 같은 환경변화를 제대로 흡수하고 있지 못하는 점과 취약한 사업관리(PM)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 관계자는 “쿠웨이트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50달러, 사우디는 65달러 이상으로 회복돼야 재정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며 “유가와 별도로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 건설사가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한 기획 제안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내년 해외수주에 대한 업계 전망은 아직 엇갈린다. 글로벌 경제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상 파기 가능성·신재생에너지 투자 위축, 유가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만 중동 국가들의 발주 예산 증가 등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해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이나마 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선미 KTB애널리스트는 내년 중동 플랜트 발주 예산이 약 565억 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공종별로는 오일·가스가 290억 달러, 정유 44억 달러, 석유화학 38억 달러, 전력 194억 달러 규모다. 국가별로는 쿠웨이트가 139억 달러, 사우디는 114억 달러, UAE는 102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연되거나 장기화한 업체 선정 결과도 내년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0년 입찰서 발급일부터 낙찰 업체 선정까지 평균 140일이던 것과 달리 2016년에는 330일로 대폭 연장됐다”며 “내년에도 평가 기간 장기화가 계속되겠지만 주요 프로젝트 입찰이 이미 진행 중이어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