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의결의 키를 쥔 비박근혜(비박)계 의원들과의 만남을 추진한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 로드맵을 여야 합의로 마련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2일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들, 비주류를 전반적으로 만나서 의견을 경청하고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비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퇴진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우선돼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한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비박계도 허원제 정무수석과 통화한 자리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격의 황영철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얼마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통화를 했는데 그때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그러면서 “(비상시국위원회의) 전체 입장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대통령을 만나서 우리의 진솔한 마음, 또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전달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마 오늘 대통령이 우리를 만나는 그런 입장이 정해졌다면 우리들의 의사가 잘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역시 만일 청와대에서 면담 요청이 오면 만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4월30일 물러난다고 국민들에게 공언해 달라고 요청은 할 수 있다”며 면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선택의 폭이 좁아진 박 대통령이 여당과의 물밑작업에 나선 것은 벼랑 끝에서 ‘탄핵 탈출’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개헌을 통한 ‘질서있는 퇴진’의 길을 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야 3당은 다음주 9일 표결을 추진 중이고, 비주류는 이날 박 대통령의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에게 퇴진시점을 천명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에 조속한 여야 협상을 독려하고 비주류 측에 4월 퇴진 당론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시점을 명시하는데 부정적인 만큼 야당과의 협상을 독려하면서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추진을 당부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 다음주 6~7일쯤 여당 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먼저 4월말로 퇴진 시점을 못박으면 사실상 야권의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비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본인이 4월 말 이전에 자진 사퇴와 즉각 2선 후퇴 의사를 밝히면 야당의 탄핵 동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결국 협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박계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탄핵안 표결 연기를 전제로 자진 사퇴 담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