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35일만의 칩거를 깬 외부행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향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힘내라”고 응원했지만, 한편에서는 하야 촉구 침묵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구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호팀에서 들었는데 박 대통령이 차 안에서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도착해 김영오 상인연합회장과 함께 화재 피해 지역을 돌아봤다.평소보다 약간 부은 얼굴의 박 대통령은 회색 니트 폴라 티셔츠, 회색 정장바지, 검은색 패딩 차림에 올림머리를 하고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소방관들의 잔불 진화 등 현장 상황을 살폈다. 현장을 돌아본 박 대통령은 거리에 나온 시민들과 잠시 인사를 한 뒤 15분 만인 1시45분께 서울로 올라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상황에서 여기 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시는데 찾아뵙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서문시장 상인 여러분들은 제가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주셨는데 너무 미안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피해 상인들을 만나서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했는데 화재 현장에서 아직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상인들을 다 직접 위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현장에 계속 있으면 도움이 안되고 피해만 줄 수 있는 상황이라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구를 ‘정치적 고향’으로 둔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후보 시절 위기에 몰릴 때마다 수 차례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힘을 냈지만, 이번 방문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박사모를 비롯한 일부 시민이 “박근혜 힘내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지만 상당수 상인들은 박 대통령의 ‘15분 방문’에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입구에서는 대구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성난 민심을 의식한 듯 배성례 홍보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김계조 재난안전비서관, 정윤모 중소기업비서관, 정 대변인 등으로 수행 인원을 최소화하고 방문 사실을 기자단에 정식으로 알리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 대변인은 “경호팀에서 들었는데 박 대통령이 차 안에서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