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후 깨끗한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작품입니다. 쓰레기를 모아서 건네주는 빛난 시민 의식에 서울시 공무원들도 힘을 받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파동과 농민집회, 민중집회 등에 이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까지, 광화문광장의 집회 역사 현장에 항상 있었던 고동석 서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폐기물관리팀장은 29일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25년째 종로구청에 몸을 담고 있는 고 팀장은 10여 년간 청소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번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소회가 유독 남다르다. 지난 26일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150만 개의 촛불은 비폭력 평화시위의 ‘완성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고, 그러한 감동을 가장 먼저 체감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고 팀장은 “예전 집회에서는 치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어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함께 치우는 사람이었다”며 “이번 촛불집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벌써 5번이나 이어진 촛불시위 현장의 청소에 모두 참석한 고 팀장은 “1차와 2차 집회 때는 예전 경험을 토대로 환경미화원만 132명을 투입했지만, 2차 집회 이후 30여 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집회 후 장소가 깨끗해졌다는 의미다.
고 팀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봉투도 가져오고, 쓰레기를 담아 도로 한쪽에 놓아주고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며 “시민들의 평화집회 의식이 행사 후 정리하는 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국민들의 광장이기 때문에 집회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빨리 치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는 그는 추운 날씨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고 팀장은 이어 “시국이 빨리 정상화돼 국민들이 편해지길 바란다”며 “집회가 계속되는 한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성숙한 시민의식의 촛불집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종로 가면 쓰레기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외국인 관광객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깨끗한 거리를 종로가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