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당 정상화 방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검토키로 했다. 이정현 대표가 조기사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정치권이 새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퇴진과 당 해체를 명분으로 줄 탈당을 예고했던 비박계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서두르던 야당의 계획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23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전날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6인 중진협의체’가 오늘 비대위원장 인선까지 논의하는 등 당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6인 중진협의체는 친박계 정우택·원유철·홍문종 의원과 비박계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 참여한 모임이다.
특히 이 협의체 탄생 배경이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 최경환·원유철 의원 간 합의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적잖은 논란도 빚었다. 김 전 대표가 주변에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 것도 김 대표가 움직여 줄 것이란 믿음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 “탄핵안 처리에 앞장서겠다”면서도 끝내 탈당을 선언하지 않았다. 정두언·정문헌·정태근·박준선·이성권 전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이 이날 추가적으로 탈당하긴 했지만, 현역 의원 중에선 김용태 의원 이후 아직까지 탈당자가 나오지 않았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주저하자 정태근 전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당을 분열하고 탈당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지도부가 비대위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정치인의 탈당은 목숨을 거는 것과 같기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박계가 주춤하면서 야당의 탄핵 추진 계획표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야당은 이르면 다음 주 초 탄핵안을 발의하고, 비박계와의 연대를 통해 의결정족수(200석)가 채워지는 대로 표결에 돌입하려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상황 변화에 따라 발의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과 무관하게 탄핵은 추진할 것”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도 그 의지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