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본 유한회사](上) 베일에 싸인 최대주주…대한민국을 흔들다

입력 2016-11-21 14:28 수정 2016-1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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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의 외부감사 및 감사보고서 공시 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회사인 ‘더블루K’와 ‘비덱’ 등이 유한회사라는 점을 이용해 거대한 자금을 빼돌리거나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 갔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한회사가 국내법상으로는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는 점 등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도 유한회사로 전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투데이가 국세청과 한국거래소의 상장법인 지분정보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1만7000여 개 수준이던 유한회사는 2015년 말 기준 2만7000여 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유한회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 주>

국정 개입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씨의 동생 최순천 가족이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액 1847억 원을 기록한 ‘대기업’군에 속한다. 그러나 회사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국제 기업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1년간 거래는 물론 임원진에 대한 기록도 없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한회사라는 점이 유일하다. 최순실 씨가 국내에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설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더블루K와 비덱도 독일 소재 유한회사다.

유한회사는 설립과 청산이 간단하고 회사의 채무 등에 대해 자본금을 출자한 사원이 연대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국내법에서 유한회사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최 씨가 국정농단 사태 제기 약 2주 만에 독일 현지에서 더블루K와 비덱을 청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최대주주 유한회사인 상장사 6년 새 2배↑ = 이투데이가 한국거래소 상장법인 지분정보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1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유한회사가 최대주주인 회사는 총 11곳이다. 2010년에는 5곳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올해 12개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유한회사로 바뀌었다. 2010년에는 1곳이 유한회사로 바뀌는데 그쳤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설립이 쉬워진 후 외부감사 뒤로 숨는 최대주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회사는 물론이고 쌍용양회, 한국특수형강 등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유한회사로 변경되는 사례도 많았다.

유한회사 설립 자체 증가폭은 더 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 1만7000여개 수준이던 유한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2만7000여개로 늘었다. 지난해 국세청이 유한회사를 통해 걷어 들인 법인세 수익만 8조8650억 원 수준이다. 이들의 매출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선다.

지난 2012년 김영환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요구해 얻은 ‘외부감사 대상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 현황’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5년간 85개 외감 대상 회사가 유한회사로 모습을 바꿨다. 상법 개정 이후인 최근 4년간 증가세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감사 대상 주식회사의 유한회사 전환 현황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산월이 12월인 외감 회사가 외감 신고를 마친 직후 유한회사로 전환하면 금감원으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종업원 수 300명·자산총액 70억원 이상 등 대규모 기업집단의 형태를 갖춘 회사가 감시망을 빠져나가는데도 감독 당국은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한회사 자체는 문제 아니지만…‘찜찜하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유한회사 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유한회사는 사원(주주)이 회사에 대해 출자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같다. 반면, 지분 양도는 주식회사와 달리 자유롭지 않은 단점이 있다. 신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적으면서 외부감사, 감사임원 등 경영상 유연성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적합한 법인 형식이다.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이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 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융위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에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지만 ‘꼼수’를 막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본규모가 작은 최대주주가 유한회사 형태로 우량한 업체들을 거느리는 경우 막대한 배당, 로열티 수익 등을 빼가고도 여전히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A와 외감대상 B·C사의 최대주주인 D사가 자본규모가 작은 유한회사라면 법 개정 후에도 외부감사 부담 없이 자회사들의 수익을 빼갈 수 있다”며 “국내 경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집단의 자금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외감법 개정안서 감사보고서 공시 빠져…‘반쪽 개정’= 지난 10일 금융위는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의무화 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2014년 10월에도 입법예고 했으나 국회까지 가지 못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연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등을 뚫고 내년 국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일러야 2018년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새로 입법예고한 개정안에서는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조항이 빠져 ‘반쪽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유한회사의 외부감사 의무화는 통과시켰지만 공시의무는 면제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의 외부감사가 이뤄지더라도 감사 내용은 금감원과 같은 기관만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한회사 제도 자체의 장점을 지키기 위해 공시의무는 면제해 준 것으로 보이지만 애초에 외감 대상이 될 만한 회사라면 공시의무까지 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제도 개선의 실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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