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추진한 사업이 시간 절약이나 성과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거죠.”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가 최근 삼성전자의 잇따른 M&A 행보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인수한 기업은 6개, 지분 투자를 한 곳은 무려 19곳에 달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기술력을 쌓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업체 루프페이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개발했다. “만약 삼성이 루프페이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특허 우회를 통한 기술 개발에 시간이 많이 들겠죠. 아직도 삼성페이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전자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은 시장 포화로 인해 성장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여기에 낮은 가격대의 중국 스마트폰이 부상하면서 대략 2년 뒤에는 평균 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지금 같은 대규모 수익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전장과 인공지능 등 신사업에서 이른 시간 내에 본궤도에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시간 싸움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사업을 하루라도 먼저 자리 잡게 할 수 있다면, 아끼지 않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 중인 현금 등의 규모는 82조1219억 원이다. 14일 발표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데 80억 달러(약 9조376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73조 원가량이 남는다.
이에 산업계 및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만 인수에 버금가는 초대형 M&A가 성사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삼성은 전장부품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자동차 관련 기업의 추가 인수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분야에서 BYD와 하만 이후, 삼성의 추가 M&A는 컨티넨탈, 보쉬 등과 같은 차 부품업체(조향장치ㆍ브레이크시스템 등)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IPA(Intellectual Personal Assistantㆍ지능형 개인비서) 역량 강화를 원한다”면서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을 겨냥한 M&A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