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을 비롯해 한진그룹에 지원한 총여신액이 9조1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은행의 여신액이 각각 3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총여신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도 금융권 리스크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진그룹 여신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한진그룹 계열사 전체에 대한 국내 은행의 여신은 9조13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내용별로 살펴보면 대출채권이 5조5723억 원, 지급보증 3조2825억 원, 미사용약정 등이 2778억 원이었다.
이번 여신현황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23일까지 국내 주요 은행들에 한진그룹 전체 여신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에 따른 집계현황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에 따른 금융권과 국민경제 전반에 번질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한진그룹 계열회사별 현황을 보면, 대한항공 총여신액은 6조51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진해운은 2조132억 원이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만 여신 건전성 분류가 고정ㆍ추정손실이었고, 나머지 계열사는 전부 정상이었다. 담보의 경우 다른 계열사는 전부 40%가 넘었지만 한진해운만 담보 비중이 21.6%에 불과해 대출금 회수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여신액이 한진그룹 전체 여신에서 25% 내외를 차지하고 있지만 간단히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제 의원의 분석이다.
제 의원은 “한진해운 여신의 부실화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위험이 한진그룹으로 또는 국내 금융권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통해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가량을 지원하기도 했고, 한진해운의 2200억 원 규모 영구채를 받아주기도 하는 등 계열사 간 지원이 이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같이 한진그룹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됨에 따라 그룹 전체 계열 위험도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이 이런 상황을 인식해 한진그룹의 여신현황을 이례적으로 제출하라고 지시했지만, 자료를 보유한 금융감독원은 별도의 내부적 검토나 리스크 분석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 의원은 “금융당국이 9조 원이 넘는 한진그룹의 여신현황을 일괄 제출받고 분석결과도 내놓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은 금융 감독 당국의 책임도 있는 만큼 한진해운의 부실여신으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국내은행 여신에 따른 리스크를 예측해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