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내놓은 상장사 10곳 중 4곳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우리 증시가 자칫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증권사 3곳 이상의 3개월 이내 실적 추정치가 있는 162곳 중 65곳(적자전환·적자확대 포함)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를 겪었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30.1%)를 비롯해 현대차(-14.2%), 아모레퍼시픽(-23.8%), LG화학(-11.1%), SK이노베이션(-10.5%) 등 시가총액 20위권 내(우선주 제외) 상장사 중 4분의 1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당초 7조44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여파로 실제 실적이 4조5300억 원에 그쳤다. 현대차도 신흥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절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부진과 치약 리콜 사태로 컨센서스를 500억 원가량 하회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서 예상치(583억 원)의 2배 가까운 11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영업손실 7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흑자회사 중 컨센서스와 영업이익 괴리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게임빌(-99.2%)이었다. 성광벤드(-99.1%), OCI(-94.3%), 에이블씨엔씨(-89.3%), 파트론(-80.7%), CJ E&M(-77.6%) 등이 큰 폭의 어닝쇼크를 냈다.
에쓰오일(-57.9%), LG상사(-55.2%), GS건설(-33.6%), 녹십자(-14.2%) 등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LG화학(-11.1%)과 롯데케미칼(-0.8%), 금호석유(-54.4%) 등 화학업종 중에서는 컨센서스를 충족한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게임업종에서도 NHN엔터테인먼트(-75.1%), 엔씨소프트(-9.8%) 등 위메이드를 제외하고 모두 컨센서스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실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상장사는 30곳(18.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어닝쇼크는 당초 3분기 실적 시즌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증권가의 관측을 비껴간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트럼프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신음하는 우리 증시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어닝쇼크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올해도 반복되면서 상반기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 “실적이 대외 불확실성의 완충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충격이 이미 우리 증시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은 4분기 실적으로 눈을 돌렸다는 지적도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는 존재하지만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생명(126.8%)을 비롯해 삼성물산(12.8%), 포스코(14.1%), 신한지주(15.8%), KB금융(16.1%) 등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