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 기업 중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그외 기업들이 모두 K스포츠·미르재단 기금 출연 문제와 관련됐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 원, 롯데그룹은 45억 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또 별도로 70억 원을 냈다가 돌려받았는데 이 출연금까지 합하면 1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차 면세점 선정 때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두산과 한화, 신세계 등도 최순실 관여 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했다.
최순실 사태 관련 각종 의혹이 드러난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특혜를 대가로 재단에 돈을 전달하거나 내려 했다는 정황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면세점에는 최 씨와 관련된 인물이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가 입점해 특혜 의혹도 일고 있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과거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의 역량보다 정치적 관계에 따른 외부 변수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 15년 만에 선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시기와 올해 진행되는 재입찰 전의 결정 시기인 4월이 K스포츠와 미르 두 재단의 설립 시기(각각 작년 10월, 올해 1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비용이 면세점 사업권 취득과 탈환을 위한 대가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면세점 특허를 심사하는 주무 관청인 관세청이 최근 낙찰받은 기업의 총점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두 차례의 입찰 심사 결과를 놓고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관세청은 특허 공고 당시 심사 투명성을 높이려고 배점표를 중분류 단위까지 상세하게 제시했으며, 운영업체 선정 후 기업들에 대한 최종 평가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최근 특허 심사 과정에서 애초 예정됐던 프레젠테이션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했다가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특허심사위원회 민간위원 명단을 놓고도 최근 국감에서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비공개에서 공개로 방침을 바꿨다. 당국의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가 기업에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오얏나무(자두나무의 고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행인이 자두나무 아래서 쉬다가 의관을 바로 하려고 갓끈을 고쳐 매는 모습은 주인이 보기에 ‘자두를 따려 하는구나’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남의 의심을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관세청은 앞선 두 차례의 특허 심사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하려고 이전보다 좀 더 개선된 심사 방법을 들고 나왔다. 남은 일은 하나다. 불편부당한 심사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원칙대로 일관되게 준비하고 심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