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낸드플래시를 둘러싸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제2의 치킨게임’이 재현될 조짐이다. 낸드 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에서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성 중인 경기도 평택 반도체공장에 15조 원을 투입한다. 지난 3월 중국 시안에 3D 낸드 생산 설비를 증설했고, 경기 화성 16라인 일부를 3D 낸드로 전환했다. 여기에 평택공장이 완공되고 화성 17라인이 3D 낸드 생산량이 추가되면 3D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2만 장까지 늘어난다.
경쟁사들이 양산체제를 갖추기 이전에 물량을 확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다.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32단 3D 낸드를 양산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경쟁 업체 중 유일하게 48단 고도화에 성공하면서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내년 초에는 64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3분기부터 36단 3D 낸드를 출하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는 48단 본격 양산을 채비 중이다. 이천 M14 라인 2층에 클린룸 등 각종 인프라 장비를 설치, 개발 중인 48단은 11월에 고객 인증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64단을 뛰어넘고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 연말 경 생산 제품의 50% 이상을 3D 낸드로 채울 방침이다.
해외 기업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중국 칭화유니는 중국 XMC의 지분을 인수했다. XMC는 미국 반도체 기업 스팬션과 함께 3D 낸드 기술을 개발해왔다. 일본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WD)과 협업해 뉴 팹2 라인을 만들어 3D 낸드를 양산하고 마이크론 역시 싱가포르 공장을 10% 확장해 낸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도시바, 인텔, 마이크론이 연내 64단 3D 낸드 샘플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1~2년 공정이 앞선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D 낸드 시장에 제2의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D 낸드플래시는 적층 수를 높여야 그만큼 원가 절감과 함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후발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적층 공정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