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 완화 1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 진입 장벽과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춰 시장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속된 국내외 시장 불확실성으로 절반 이상의 헤지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18개의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절반을 넘는 114개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설정액이 지난해 말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6조5700억 원, 30여 개에 불과했던 상품 규모는 5배가량 늘어난 200개 이상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형 성장 대비 수익률은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25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일반사모펀드(투자대상 및 투자금액 제한 없음)와 헤지펀드(5억 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 및 법인)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통합됐다. 기존에는 헤지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 5억 원의 투자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최저가입 한도(레버리지 200% 이하 1억 원 이상·200% 초과 3억 원 이상)가 1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기관과 법인에서 고소득 개인투자자까지 투자층이 확대됐다. 더불어 자본금 요건 완화(60억 원→20억 원)와 등록제 전환 등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규제가 개선돼 다양한 헤지펀드 상품이 대거 출시된 점도 헤지펀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수익률 부진 속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이 안정적 수익률을 거뒀다. 현재 10개의 헤지펀드를 운용 중인 삼성자산운용의 모든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뿐 아니라 연환산 수익률과 누적수익률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1조1806억 원의 설정액으로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설정액 기준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6204억 원)은 11개의 헤지펀드 중 7개 상품이 플러스를 기록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였다. 브로스자산운용도 운용 중인 3개 헤지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브로스 형제R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 클래스 Cs’ 수익률은 13.44%에 달했다.
기업공개(IPO)를 주전략으로 한 헤지펀드도 선방했다. 리운자산과 제이씨에셋, 웰스자산, 제이비, 알펜루트, 인벡스 등 운용사 공모주 전문투자형 헤지펀드가 선전한 가운데 최대 수익률은 16.48%를 기록했다.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변동성 장세와 더불어 코스닥 시장이 좋지 않았던 점이 헤지펀드 수익률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는 변동폭을 줄이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차익거래를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 전략 내 페어트레이딩 전략 및 채권, 주식, 롱쇼트, 선물 등 여러 전략을 구사하는 멀티스트래티지 전략 등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