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11·2 개각 이후 인사청문회 거부, 개각 철회에 이어 장외투쟁까지 예고했지만, 국정공백 사태 장기화와 예산안 처리 등 민생 외면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자청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한 뒤 야당과 협의해 내각을 구성하는 내용을 선제조건으로 거론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4일 야당의 이런 요구에 일정부분 부응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고민이 커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최순실 사태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하고, 검찰수사를 수용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사실상 국정에서 2선으로 후퇴하겠단 점도 확인했다.
그렇다고 그동안 박 대통령의 하야·탄핵까지 거론하며 공조해왔던 야3당이 당장 입장을 180도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었으나,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강경투쟁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정부분 편승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던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더민주는 이날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현 국면에 대한 최종적인 대응책을 당론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하는 의총은 격론이 오가며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허원제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예방차 찾아왔지만, 회의를 이유로 돌려보낸 바 있다. 허 수석은 전화로도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당론이 정해지기 전까진 청와대와 접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도 여전히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한 번 버리는 카드”라면서 “국면 전환을 어떻게 해볼까, 야당 반응 보기 위해 던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은 더민주 박영선·변재일·민병두·김성수·최명길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 등과 함께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일정 기간 여권에 대한 투쟁 수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민주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정공백이 지속된다면 야당도 일정 부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면서 “더군다나 내년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국정공백을 지속시켰다는 원망을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2단계, 제3단계 전략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