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로 한국정치판을 쥐락펴락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씨가 만일 골프광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의 행실을 보면 골프장갈 때마다 얼마나 ‘갑질’을 했을까 하고.
만일 그가 골프와 연관돼 비리를 저질렀다면 아마도 한국골프는 수십년은 퇴보했을 터. 아직도 골프를 사시적인 놀이쯤으로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그는 골프에 무신경했다. 거의 압구정동 여성전용 ‘쑥탕’에서 살다시피 한 것으로 보아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기량은 어땠을까. 거의 ‘자치기’하는 수준이라는 게 그의 주변 사람들 얘기다. 그와 20년 동안 지근거리에 지켜본 쑥탕의 한 멤버는 “볼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볼을 굴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골프가 수준급인 그 멤버는 “‘최씨가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느냐’고 물어보곤 했다“고 덧붙였다.
골프는 초보수준이면서 그는 골프장을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2가지. 건강을 위해 걷는 것. 다른 한가지는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접대’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 대기하고 있었던 탓이라고 한다. 회원권도 없으면서 회원제 골프장인 기흥컨트리클럽(회장 김장자)에서 초(超)VIP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묘하게도 이 골프장은 이화여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이곳에서 ‘이화아너스클럽 친선골프모임’을 열었다. 이화여대 아너스클럽은 이대에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인사들의 친목모임이다. 김장자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이화여대 교내 기숙사 신축 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2013년에도 이 행사가 기흥에서 열렸다.
경기 화성군 동탄면 신리와 중리에 들어선 기흥CC는 80만여평으로 36홀 골프장이다. 그런데 허가가 날 때부터 문제가 있는 골프장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에 지시해 교통부 내인가를 받아 1987년에 착공, 91년에 개장에 했다. 특히 골프장 개장도 하기 전에 회원을 모집해 말썽이 난 곳이다. 기흥CC는 “공익법인(비영리법인)은 시설이 끝나지 않았어도 회원 모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원 모집 사유다.
회워권은 1구좌에 3950만원에 분양했는데, 1000명 모집에 1500명이 신청해 추첨을 통해 분양했다.
기흥CC는 퇴직경찰관들의 친목단체인 경우회가 주최가 돼 당시에 최대 이권사업으로 꼽힌 골프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총공사비 1114여억 원이 들어간 이 골프장은 김장자 회장 남편인 고(故) 이상달 씨와 전 치안감이었던 옥기진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1993년 기흥CC 대표는 경찰청장의 승인 없이 주식변칙양도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golfahn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