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부터 통합을 검토해온 이들 3사는 31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에서 “컨테이너 사업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올 재팬의 노력은 성공시켜야 한다”고 3사 컨테이너선 사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쇼센미쓰이의 이케다 준이치로 사장은 “해운 역사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닛폰유센의 나이토 다다아키 사장은 “전력을 다해 이번 컨테이너선 통합회사를 응원,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3사 통합 후 컨테이너선 규모는 업계 6위, 세계 시장 점유율은 7%를 차지하게 된다.
글로벌 해운 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지난 8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다른 컨테이너선 업체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경쟁업체와의 합병을 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둔화 영향으로 건화물운임도 하락일로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는 올 2월에 바닥을 친 후 현재는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해사센터에서 컨테이너선 시장을 분석하는 마쓰다 다쿠마 연구원은 “3사의 통합은 세계적인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면서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 3사가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할지에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31일 오전 기자 회견에서 3사의 컨테이너선 통합에 대해 “일본 상선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며, 노력을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3사는 이날 2016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하고, 이번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닛폰유센은 2450억 엔의 적자를 예상했다. 이는 기존의 150억 엔 적자에서 적자폭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시장 예상치인 311억 엔 적자도 훌쩍 넘어섰다. 쇼센미쓰이는 70억 엔의 흑자를 전망했다. 기존에는 150억 엔의 흑자를, 시장 예상은 121억 엔 흑자였다. 또한 가와사키키센은 940억 엔 적자를 예상했다. 기존 455억 엔 적자와 시장 예상치인 581억 엔 적자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닛폰유센의 미야모토 노리코 경영 위원은 31일 기자 회견에서 “컨테이너 사업의 흑자 전환을 위해 자구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이제 그 노력은 한계에 왔다”며 “사업 통합을 통해 해외 컨테이너 경쟁 업체와 싸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이처럼 경쟁사들끼리 똘똘 뭉치는 건 해운업체들 만이 아니다. 앞서 자동차업계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맞손을 잡았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4위이자 세계 10위인 스즈키와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양사는 환경과 안전,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이지만 독자적으로 친환경 등 기술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제휴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지난 1월에는 일본 경차 부문 1위인 다이하쓰 지분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마쓰다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을 비롯한 미쓰비시중공업·오시마조선·나무라조선 등 4개 업체가 최근 상선 사업에서 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철강 분야에서는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이 스미토모금속공업을 합병한 지 5년 만에 4위 업체인 닛산제강을 자회사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