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아슬아슬한 금융위원회

입력 2016-10-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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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금융권에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해 나감에 있어 경영상 핵심적 의사 결정을 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제5차 금융 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 간담회에서 이사회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주주를 대신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명하게 판단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임 위원장이 언급한 ‘필요한 무엇’은 바로 성과연봉제이다. ‘최적의 의사 결정’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이를 이사회에서 의결하라는 얘기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공공기관처럼 민간 금융사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라는 뜻으로 읽힌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고용노동부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추면 이사회가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으면서 노사정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이미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이사회 도입 강행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노사 간 불신이 팽배하다.

금융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벌여왔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시중은행의 무더기 탈퇴로 제 기능을 상실했다. 출범한 지 6년 만에 사실상 해체됐다.

산별중앙교섭 대상이 사라지자 금융노조는 33개 금융기관 사용자들이 모두 모여 대화하는 전체 교섭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사측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복지부동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에 이어 다음 달 18일 2차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성과연봉제 탓에 노사 관계가 안으로 계속 곪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바심을 내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금융업의 특성상 금융당국의 개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간 금융회사의 임금체계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재현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다.

이로 인해 노정 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수장이 민간 금융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말을 내뱉은 점은 유감스럽다. 임 위원장이 보란 듯이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에 참견하는 모습은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현재 금융공공기관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 실적이 좋은 사람이 저성과자의 연봉을 가져가는 제로섬 방식이다. 그나마 정부가 인건비를 틀어쥔 공공기관이기에 가능하다.

호봉제가 시대착오적인 임금체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민간 금융회사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에 맡겨야 한다. 신한은행처럼 직급별로 임금 상한을 정하거나 개인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차등하는 등 민간 금융회사 나름대로 성과주의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사자들의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임 위원장이 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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