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1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가수 밥 딜런(75)과 닷새째 연락이 닿지 않자 그와의 접촉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림원의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딜런의 지인에게 답장을 받았고, 지금은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딜런은 지난 13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상 당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순회공연에서 노벨상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캘리포니아 코첼라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 가수인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밥 딜런에게 감사를 표한다”라며 “밥은 우리의 월트 휘트먼이다”라고 말했다. 월트 휘트먼은 미국의 민주주의 정신을 표현한 시인이다.
사실 딜런은 시상식과 관련해 유달리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200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수상 소감은 호주에서 비디오 영상을 찍어 대체했다. 이보다 앞서 2007년 스페인의 최고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아스투리아스 왕자상(Prince of Asturias)’을 수상했지만, 이 시상식 역시 참석하지 않았다.
딜런과 접촉이 힘든 것은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백악관에 딜런을 초대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으며 2010년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 인권운동을 위한 음악 콘서트’에서 가까스로 딜런을 만날 수 있었다. 딜런은 그때도 공연 외에 사진 촬영 같은 행사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2013년 인터뷰에서 “밥 딜런은 내가 사랑하는 가수”라며 “그는 행사 전 어떤 리허설도 하지 않았고, 나와 사진 찍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한림원의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릴 시상식에 딜런이 나타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 여부는 전적으로 딜런에게 달려있다”라며 “그가 원치 않는다면 오지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시상식은) 큰 축제가 될 것이고, 영예는 그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