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선, 해운, 자동차, 그리고 전자 등 한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했던 기간산업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게 할 가능성마저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정보통신산업 분야에 있어 3차,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최근 들어 많이 거론되는 사례들이 인텔과 페이스북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인텔은 1968년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에 의해 창립된 이후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만들어내는 IT 분야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컴퓨터와 IT에 의해 주도된 3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인텔을 꼽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2004년 마크 저커버그에 의해 만들어져 전 세계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3년에 이미 AI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챗봇(chatbot)을 만들어 사용하는 등 앞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바탕으로 AI기반 성장을 공고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아무리 AI기반의 4차 혁명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텔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텔은 2015년 말 현재 9만53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제 불과 1만 2600명 정도인 페이스북 직원 수에 비해 7.6배 정도가 많은 직접 고용효과를 내고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인텔은 2015년 554억 달러의 순매출을 달성했으며, 이 중 114억 달러의 순수입을 달성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같은 기간 177억 달러의 순매출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순수입은 37억 달러다. 단순히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이 인텔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고용효과 및 연관산업 효과라는 측면에서 인텔이 페이스북을 월등히 앞섰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 구조상 인텔은 회사 전체 매출 비중에 있어 4%만이 소프트웨어 생산에 기반하고 있으며 95% 이상이 컴퓨터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생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과 유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절대 수입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광고 수입이다. 따라서 두 기업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3차 산업혁명과 IT 기반의 인텔이 4차 산업혁명과 AI 기반의 페이스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인텔과 페이스북의 비교는 결국 한국의 산업 구조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정신을 부인할 수 없으나 기존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에 대한 중요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최근들어 한국의 기간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마당에 지나치게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더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것 같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야 하되, 기존의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절실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