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재계 총수들이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HR(인적자원)’ 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기존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로는 생존을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조직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하며 HR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을 타개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된 ‘SK CEO세미나’에서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관계사별로 비즈니스 특성, 인적 구성, 근무 형태 등에 맞는 HR시스템을 자율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는 최근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일 혁신 관련 제도 개선 설명회’를 열고 기존 5단계 직위 제도를 3단계로 축소하고, 직위별 체류 기간을 없앴다. 또 인재라면 30대에도 임원이 될 수 있게 했으며, 직급 제한 없이 성과를 창출한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최근 창립 64주년을 맞은 김승연 회장도 ‘젊은 한화’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며 파격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이날부터 승진 시 1개월 안식월을 주고, 업무상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연근무제’와 직원의 자발적이고 계획적인 경력관리를 지원하는 ‘잡 마켓’, 정시 퇴근문화로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팀장 정시퇴근제도’ 등을 도입했다.
이번 제도 도입은 최근 몇 년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규모 확대가 이뤄지면서 이를 동반한 기업문화와 임직원들의 의식 수준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내부 공감이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10일 서천연수원에서 HR콘퍼런스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사 개편방안의 도입을 앞두고 토론을 벌였다. 그간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기수 문화가 강한 조직문화가 혁신과 새로운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경력개발 단계 직급체계 도입 △수평적 호칭 △효율적 회의문화 △스피드 보고문화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등을 골자로 한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남창우 한국HR협회 상임이사는 “과거 IMF 때도 기업들이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HR 변화를 추구했다”며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내부 관리력 강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