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만의 전략 단말기 단종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전시상황이다. 당장 하반기 전락폰 부재를 극복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갤럭시노트7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들의 피해도 최소화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제조 생태계 점검 및 체질 개선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협력사 발주 부품, 전량 구입 원칙 = 삼성전자는 이미 발주한 갤럭시노트7 부품은 협력사로부터 모두 사들인다는 원칙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한 부품은 모두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관계자도 “갤럭시노트7 일시 중단이 결정된 이후 재고를 파악하고 있다”며 “주문 받은 물량까지 삼성에서 모두 사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한다는 기본 원칙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본적으로 삼성전자에 책임이 있는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중소 협력사로 옮겨가면 안 된다는 것이 삼성 경영진의 원칙이다.
◇노트 브랜드 교체 가닥 = 삼성전자는 전략마케팅팀을 중심으로 ‘노트’ 브랜드 교체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갤럭시 라인업은 메인 카테고리 브랜드로 ‘S’를, 서브 카테고리 브랜드로 대화면을 앞세운 ‘노트’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S 시리즈의 디스플레이가 5인치급(갤럭시S7 엣지 5.5인치)으로 상향된 만큼, 별도의 패블릿급(갤럭시노트7 5.7인치) 단말기 라인의 필요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노트를 대신할 새로운 콘셉트의 단말기를 개발하고, 이에 맞는 서브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갤럭시S7+S7엣지로 전략폰 부재 극복 =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요 부품 협력사에 “갤럭시S7과 S7엣지용 부품 생산을 다시 늘려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는 하반기 전략폰 부재 상황을 갤럭시S7과 S7엣지를 통해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S7엣지로 갤럭시노트7의 빈자리를 발 빠르게 메우고 있다. 전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 사옥 지하의 딜라이트숍 내에 갤럭시노트7 홍보부스를 치우고 그 자리에 갤럭시S7 엣지 부스를 설치했다. 지하철 광고판도 갤럭시S7으로 발 빠르게 대체 중이다. 마케팅 역시 갤럭시S7과 S7엣지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갤럭시A·J 등 중저가 스마트폰 마케팅을 강화해 갤럭시노트7 단종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에 따라, 내년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록 기자 s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