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9월 들어서만 4곳의 계열사로부터 운영자금 용도로 수백억 원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9일 이에셋투자개발로부터 94억 원(이자율 3.3%), 23일 이랜드건설로부터 120억 원(4.6%), 29일 이랜드파크로부터 230억 원(4.6%), 같은 날 이랜드서비스로부터 72억 원(4.6%) 등 총 516억 원 규모다. 이랜드월드가 계열사 대상으로 단기 차입에 나선 것은 전자공시로 확인 가능한 1999년 이후로 2013년 단 한 차례만 확인된다.
업계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힘을 쏟는 이랜드월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랜드월드는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장을 꾀했으나 경기침체와 패션부문의 경쟁력 약화로 현금창출 능력이 낮아지면서 과중한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킴스클럽 매각 등 다양한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중국 내 효자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에 1조 원에 매각해 그룹의 발목을 잡던 재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이에 300%대를 오가던 부채비율도 20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랜드월드의 재무구조는 숨통만 트였을 뿐 부채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이랜드월드의 유동부채는 4조 원을 훌쩍 넘고, 이 중 단기 차입금만 2조 원을 웃돌아 유동부채의 절반을 넘어선다.
여기에 브이그라스에 티니위니를 넘긴 후에도 지속적인 시너지를 위해 이랜드가 티니위니 지분의 10%를 재투자할 예정이어서 매각 대금도 59억 위안(약 9870억 원) 중 약 90%인 8883억 원 정도다. 법인세를 내고 나면 실제 이랜드가 손에 쥐는 현금은 66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 대금이 12월 중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전까지 일시적인 운전자금 부족에 계열사들로부터 차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유동성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