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티니위니 팔고도… 이랜드월드, 계열사서 단기 차입

입력 2016-10-10 10:04 수정 2016-10-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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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4곳서 수백억 단기차입금… “재무구조 숨통만, 자금난 여전”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이랜드월드가 계열사들에 손을 벌리고 있다. 통상 지주회사는 그룹의 정점에 있으면서 사업자금이 부족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랜드월드는 최근 들어 이와 역전된 자금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9월 들어서만 4곳의 계열사로부터 운영자금 용도로 수백억 원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9일 이에셋투자개발로부터 94억 원(이자율 3.3%), 23일 이랜드건설로부터 120억 원(4.6%), 29일 이랜드파크로부터 230억 원(4.6%), 같은 날 이랜드서비스로부터 72억 원(4.6%) 등 총 516억 원 규모다. 이랜드월드가 계열사 대상으로 단기 차입에 나선 것은 전자공시로 확인 가능한 1999년 이후로 2013년 단 한 차례만 확인된다.

업계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힘을 쏟는 이랜드월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랜드월드는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장을 꾀했으나 경기침체와 패션부문의 경쟁력 약화로 현금창출 능력이 낮아지면서 과중한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킴스클럽 매각 등 다양한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중국 내 효자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에 1조 원에 매각해 그룹의 발목을 잡던 재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이에 300%대를 오가던 부채비율도 20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랜드월드의 재무구조는 숨통만 트였을 뿐 부채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이랜드월드의 유동부채는 4조 원을 훌쩍 넘고, 이 중 단기 차입금만 2조 원을 웃돌아 유동부채의 절반을 넘어선다.

여기에 브이그라스에 티니위니를 넘긴 후에도 지속적인 시너지를 위해 이랜드가 티니위니 지분의 10%를 재투자할 예정이어서 매각 대금도 59억 위안(약 9870억 원) 중 약 90%인 8883억 원 정도다. 법인세를 내고 나면 실제 이랜드가 손에 쥐는 현금은 66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 대금이 12월 중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전까지 일시적인 운전자금 부족에 계열사들로부터 차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유동성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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