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악재를 기습 공시한 지난달 30일 외국계 증권사 두곳이 대량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공매도 당사자가 아닌 대행자에 그칠 가능성이 커 일반 투자자들은 실제 공매도 주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비에스에이쥐(UBS AG)와 모건스탠리 등 두 곳이 지난 30일 한미약품에 대해 대량으로 공매도 주문을 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30일부터 특정 종목 주식발행 물량의 0.5% 이상을 공매도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현황을 보고하고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의무화 했다. 공매도 대량 보유자 공시는 의무 발생일(T일)부터 3일째 되는 날(T+3거래일) 내역이 공개된다. 이에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을 대량 공매도한 주체가 전일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외국계 증권사가 실제 공매도 세력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헤지펀드 자금을 받아 공매도를 중개한 대행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공매도를 하는 헤지펀드들은 증권사에 약간의 수수료를 주고 특정 주식을 매도하도록 하는 스와프(SWAP) 계약을 맺는다”며 “이들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전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매도 공시 제도 시행 이후 최근 3개월간 모건스탠리 이름으로 공시된 건수가 전체 공시 건수의 절반이 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의 공매도 공시 내역에서도 UBS AG와 모건스탠리 두 곳만 꾸준히 등장한다.
이에 공매도 공시 도입 취지를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의 증시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공매도 피해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관투자자는 돈, 정보력, 순발력 등 모든 면에서 앞서 있는데 일반 투자자는 공매도 거래 3일 후에야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공시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