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골프회원권 ‘사기행각’ 주의보 발령...에스골프 대표 잠적

입력 2016-10-06 11:45 수정 2017-01-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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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스, 리즈에 이어 에스골프까지 수백원대 사기행각

▲에스골프 대표가 수백원대의 유사회원권을 판매한 뒤 도주해 회원권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에스골프 대표가 수백원대의 유사회원권을 판매한 뒤 도주해 회원권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조심, 또 조심~~~”

유사 회원권이야기다. 가뜩이나 ‘김영란법’으로 위축되고 있는 골프시장에 수백억원대의 ‘회원권 사기’ 악재가 등장해 골프장 회원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바로 삼성회원권거래소의 K대표가 운영하던 에스골프다. 사실 2014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이 회원권업체의 ‘사기행각’은 구조적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에스골프 대표가 지난 3일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회사의 사정으로 에스골프 판매영업, 회원입회 및 골프장 그린피 지원, 예약접수 등의 업무를 당분간 일체 중단한다”며 “현재 골프장 부킹이 예약돼 있는 경우는 취소 또는 운동한 뒤 직접 그린피 정산을 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골프는 회원 가입하면 국내외 골프장의 그린피를 정회원 대우로 받을 수 있다는 ‘유사 골프회원권’을 판매했다. 유사회원권은 사기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제든지 부도를 내고 대표가 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예약이 어려운 명문 골프장의 원활한 주말예약과 함께 그린피 할인까지 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이 회원들을 유인하는 ‘미끼’다. 여기게 회원권 판매자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해 판매가 수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스골프가 판매한 것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무기명 선불카드인 셈이다. 495만원짜리 스마트카드를 비롯해 S-실버(990만원), S-골드(1870만원), S-VIP(2310만원), 주말 전용(3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분양 실적이 900억 원대로 추정돼 수백억원대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2010년 토비스레저의 1500억원대, 지난해 11월 리즈골프의 1000억원대에 이어 역대 세번째 규모다.

에스골프 유사 회원권 분양이 비교적 잘된 것은 ‘V-VIP’ 회원에 가입하면 4명이 주중과 주말 에 연간 91회까지 정회원 대우를 받으며 골프장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회원과 비회원 그린피 차액을 회원권 가격인 231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VIP’는 4명이 연간 60회에 걸쳐 1540만원까지, ‘트윈’은 2명이 연간 29회 770만원까지 반환해준다고 내세워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에스골프는 골퍼라면 누구나 알만한 골프해설자인 프로골퍼 남녀 2명을 광고모델로 내세운데다 믿을만한 골프채널을 통해 집중적으로 광고를 했기 때문에 골퍼들은 별 의심 없이 회원권을 구입했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1억 원이 넘는 정회원권의 20% 수준으로 정회원 그린피 대우에 골퍼들은 앞다투어 이를 구매했다.

토비스레저가 라운드를 한 뒤 영수증을 보내면 차액을 돌려주는 ‘페이백’과 달리 에스골프는 부킹을 하면 미리 선납을 했다. 에스골프는 주로 회원권 분양을 했던 블루버드골프장 예약을 해줬고, 회원권이 없으면 부킹이 쉽지 않은 수도권의 명문 N, P골프장도 수시로 보냈다. 회원이 골프장에 자주가거나 에스골프가 골프장에서 받은 금액보다 그린피가 비싸면 그만큼 에스골프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에스골프 대표는 사채로 엄청난 빚을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런 유사회원권을 대부분 다단계 형태의 ‘돌려막기’가 답이다. 분양하는 회원권 거래처나 ‘떴다방’처럼 운영하는 분양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많게는 40% 이상 건네기 때문에 그린피 대납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가능해진다.

대형 사고를 터트린 거래소는 2010년 토비스레저그룹. 2000~3000만원의 입회금으로 5년 동안 전국 골프장을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팔았다. 골프장 회원그린피와 비회원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까지 반환해준다고도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회원수 8000여명에 1500억원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다’가 사고 터졌다. 이미 분양한 금액에서 인센티브로 대부분 돈이 빠져 나가 회원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었다.

미국으로 도주한 L회장은 미국에서 추방시켜 국내로 소환 돼 10년형을 받아 구속됐다.

지난해 말 토비스에 견줄만한 대형사고가 또 다시 등장했다. 서울에서 상품이 만들어져 부산으로 옮겨간 리즈골프는 2009년 창립한 유사회원권 판매업체다. 피해자는 6500여명, 피해액은 1000억원대이다. 1200~1300만원대 회원권을 구매하면 전국 300개 골프장을 정회원 그린피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했고, 토비스레저처럼 페이백 서비스였다. L대표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뒤 말레이시아로 도주했으나 지난달 검거돼 검찰에서 사기 및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유사회원권 사기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부킹보장과 보다 싼 가격의 회원권. 그리고 파격 혜택’이 맞물려 골퍼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이런 유사회원권 업체는 회사가 부도가 나도 원금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회원권경영인협회(회장 권규원)에 소속된 공신력 있는 정규 회원권거래업체나 골프장에서 직접 분양하는 것이 아니면 구입하기 전에 한번쯤 의심을 해야 한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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