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가 이달 공급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공급물량 대부분이 송파 및 서초권역에 몰려있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주택이란 취지와 다르게 보증금이 최고 6억 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프트에 당첨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편법수단 마저 판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6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이달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제33차 물량 1387가구가 공급된다. 건설형 시프트 1322가구와 매입형 시프트 65가구이다.
세부지역별로는 △송파구 거여동 129가구 △구로구 고척동 39가구 △송파구 장지동(위례A-10) 998가구 △송파구 오금동(오금1) 157가구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65가구 등이다.
문제는 장기전세주택 물량의 97%가 송파구와 서초구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은 일반적으로 건설형 시프트로 공급한다는 내부 방침으로 인해 위례신도시 내 물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한 서초우성3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 단지 내 일부 가구가 매입형으로 일부 제공되면서 물량이 강남2구에 쏠림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중산층과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에 불과한 가격에 최장 20년까지 임대할 수 있다. 즉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를 구해 오랜 기간 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달 공급되는 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위례 A-10블록이 위치한 곳은 송파구 장지동으로 이 지역 내 전용면적 59㎡의 전세가격은 4억 원이 넘는다. 시세의 80% 수준에 임대된다고 해도 3억 원대 중반대로 강북권의 시프트 아파트와 비교하면 1억 원 가량 비싸다.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 시프트 역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3850만 원에 분양됐다. 앞서 2013년도에 공급한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는 3.3㎡당 평균 3700만 원 후반대로 공급된 바 있다. 이 단지의 장기전세주택 전용 59㎡의 전세가격은 6억7600만 원에 공급됐던 점을 고려할 때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 시프트 역시 6억 원대 후반에서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성모 씨(32)는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가 시프트 물량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누구를 위한 시프트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부자 전세 구하는 데에 시민 혈세를 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재건축할 경우 소형주택이 들어갈 수 있고 그 중의 절반은 시에서 매입해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게 된다”며 “강남지역이라고 공급을 안한다면 오히려 지역차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기전세주택 청약에 당첨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수단도 종종 눈에 띈다. 시프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부동산컨설팅업자는 “철거되는 가옥 소유주에게 보상금과 장기전세 시프트 입주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철거예정 주택을 사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