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6월 상하이에 개설되면서 원화가 해외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앞서 2014년 12월 서울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서 원화 국제화를 위한 시동을 건 바 있다.
서울 직거래 시장의 8월 일평균 거래액은 23억4300만 달러에 이를 만큼 성장했고, 같은 달 상하이 직거래 규모도 3800만 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원·위안화 시장이 조기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원화의 위상을 높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실수요인 무역결제에서 위안화 비중만 급증하는 점은 골칫거리다. 또한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관련 금융상품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 직거래 시장 규모 커졌지만…위안화 무역결제 비중만 늘어 = 서울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2014년 12월 이후 5개월간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치솟았다. 개설 첫 달 8억1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일평균 거래 규모는 석 달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다섯 달 만엔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에 따라 대중국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도 높아졌다.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되기 전인 2014년 3분기(7~9월) 수출 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직거래시장이 거래되고 1년 6개월이 흐른 뒤인 올 2분기 위안화 비중은 5.6%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수입 결제대금도 1.0%에서 4.3%로 비중이 늘었다.
반면 원화는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 3분기 수출 결제통화로 원화가 1.7%가 쓰였다면, 지난해 2분기에는 2.2%로 집계됐다. 수입도 1.4%에서 1.7%로 결제대금에서 차지하는 원화의 비중은 조금 올라서는 데 그쳤다.
직거래 시장 개설로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던 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 직거래 시장을 통해 원화 거래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자국 화폐인 위안화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무역결제 통화로 위안화만 잔뜩 늘었다”며 “국내 수출입업자의 경우 원화 결제 비중이 높아져야 환위험 리스크도 줄어드는 만큼, 원화결제를 꾸준히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시장 확대 위해선 관련 파생상품 뒷받침돼야 =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액(제조업 위주 비금융 실행기준)은 28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억1000만 달러)보다 17.8% 증가했다. 2012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한-중 무역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직거래 시장 역시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 초기라 기대에 미흡하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늘고 있어 직거래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금융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위안화가 쌓여가는 데 비해 금융업계에서는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데 다소 소극적인 것 같다”며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들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