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한 현대자동차에 대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현대차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파업이 지속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현대자동차는 지금이라도 임금체계 개편, 원하청 격차해소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 교섭문화에 모범을 보여야할 것”이라며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희망을 주기 위해 빠른 시일안에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은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긴급조정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치를 말한다.
공익사업장이나 대규모 사업장에 적용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 동안 파업이나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서게 된다. 그럼에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노위 위원장은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다.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이후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지금껏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총 4차례다. 대만에 수출할 어선 20척의 납품이 미뤄지는 등 수출 전선과 국민경제에 피해가 막대하다는 이유로 1969년 8월 1일 파업에 돌입한 대한조선공사에 같은 해 9월 18일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이 첫 사례다. 긴급조정권 발동 후 중노위 조정 없이 노사는 협상을 거쳐 합의안을 끌어냈다.
1993년 7월에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이 주도했던 파업 과정에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당시 현대그룹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현총련과 협상을 거부하면서 총파업을 벌였다. 6월 16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에는 현대그룹 8개 계열사 노조에 가입한 6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정부는 총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인제 당시 노동부 장관을 울산에 파견하는 등 노사의 자율적인 협상을 유도하려고 했지만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는 현대자동차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후 하루 만인 7월 21일 노사는 임단협에 합의했다.
2005년 6월 1일 파업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 파업은 수송 차질에 따른 직접 피해액 1649억 원, 관광업계 806억 원, 수출업계 778억원 등 총 3233억 원의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에 정부는 8월 1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고 조정을 개시했으나, 조정은 결렬됐고 9월 9일 중재재정을 내렸다. 같은 해 12월 8일에 대한항공이 파업에 들어가자 정부는 사흘 만인 12월 11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그러나 중노위 조정은 결렬됐고, 다음 해 1월 10일 중재재정이 내려졌다.
이번에 현대차 파업에 발동되면 이는 1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된다. 현대차에게만 2번째 발동이 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피크제와 임금인상을 놓고 지난 7월 19일부터 이날까지 72일간 22차례의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이로 인해 2조7000여억 원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고, 1차 협력업체 380곳에서 1조3000억 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