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일본홀딩스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10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탈세 혐의에 관해 시효 문제가 있어서 먼저 기소했다"며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신동빈 회장과 일괄 기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소유주 일가가 재판에 넘겨진 것은 '정운호 비리'에 연루돼 먼저 재판을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서 씨와 그의 딸 신유미(33) 씨는 신 이사장과 함께 2006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차명으로 넘겨받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지분 가치만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주(62) 전 부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이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은 각각 1.6%와1.4%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4곳에 페이퍼컴퍼니를 동원됐고, 정책본부의 관여 하에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서 씨에게 귀국해 조사받을 것을 여러 차례 통보했지만, 서 씨가 '고려해보겠다'며 한 달 이상 시간을 끌며 사실상 입국을 거부하자 여권 무효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내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조치에 착수했다.
서 씨 모녀는 롯데 경영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부당하게 100억 원대 급여를 받아간 혐의도 받고 있다. 롯데시네마 식음료 사업권을 신 이사장과 함께 독점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아 회사가 가져가야 할 770억 원대 수익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이 부분은 롯데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함께 추가로 기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