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잠재후보인 한국금융지주가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인 인터넷전문은행 지형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3일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총 18곳이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지분 잠재인수 후보군의 희망 물량은 82~119% 수준이다. 이는 예보가 4~8%의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내놓은 물량 30%의 3~4배에 달한다.
LOI를 제출한 주요 투자자로는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눈에 띈다. 해외에서는 일본 오릭스금융그룹, 중국 안방보험이 참여했다.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는 한앤컴퍼니, 보고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 H&Q아시아퍼시픽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CVC캐피털파트너스, 오릭스PE 등이 언급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교보생명, 새마을금고중앙회는 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 후보군 가운데 3∼4곳은 8%의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금융은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경우 최대 주주인 카카오뱅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케이(K)뱅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한국금융은 카카오뱅크의 지분 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3대 주주(지분율 10%)이다. 한국금융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우리은행의 지분을 획득할 경우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에 모두 발을 담그게 된다.
당초 금융권 일각에서는 예상대로 한국금융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 사업적 이해 상충 등을 우려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과거 KB금융에 인수된 현대증권이 케이뱅크 지분 10%를 모두 HN투자증권에 매각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한국금융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의 경우 KB금융과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금융당국도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KB금융의 자회사로 인수된 것이고 한국금융의 경우 우리은행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케이뱅크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금융과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보는 11월 중순께 우리은행 매각 본입찰을 마감하고 낙찰자를 선정해 연내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