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용 식단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저염식, 채소반찬 등 단조롭고 간이 약한 식단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 식단도 맛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식이요법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업계 최초로 대형병원들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식단 개발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 ‘닥터키친’이다.
최근 서울 서래마을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는 “올 4월부터는 더 짜고, 매운 일반식과 같은 식단에 도전하고 있다”며 “당뇨 식단 제공과 함께 축적된 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해 당뇨 식이요법을 위한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닥터키친은 당뇨 환자들에게 금기시되던 짜장면, 짬뽕, 파스타, 디저트 메뉴 개발에도 성공했다. 370여 개 식단을 접한 당뇨 환자 90% 이상의 혈당이 안정적으로 관리됐고, 최대 30%까지 혈당이 감소하는 환자도 생겼다. 이에 지난달 오스트인베스트먼트, 케이큐브벤처스, HG이니셔티브 등으로부터 14억 원의 투자금 유치도 성공했다.
박 대표는 “닥터키친이 지향하는 것은 맛없고 못 먹게 하는 식이요법이 아닌, 일상적 식생활을 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며 “오는 2018년까지 최대 5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효성그룹, 투자회사 유니슨캐피탈 등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창업에 나선 것도 ‘왜 몸에 좋은 건 입에 쓸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는 “당뇨였던 외삼촌이 음식을 가리는 것을 보고 이것을 도와주면 여러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만큼,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닥터키친이 기존 식이요법 업체들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신뢰도다. 그간 저염식 다이어트 도시락 업체들은 있었지만, 닥터키친처럼 식단을 직접 연구개발하고 대학들과 임상시험까지 한 곳은 없었다. 박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와 식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연말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9월부터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유전자맞춤식단의 임상시험도 시작해 내년엔 상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닥터키친은 향후 식이요법 콘텐츠 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현재도 식이요법 관련 저술, 강의 활동은 물론 식이진단 툴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과학적인 식이요법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분야”라며 “식이요법 시장의 콘텐츠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해 시장을 이끌고 싶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