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심려 끼쳐드려 죄송"…검찰, 장시간 조사 예고

입력 2016-09-20 09:43 수정 2016-09-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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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는 성실히 협조하겠다."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9시 19분께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로 모습을 드러낸 신 회장은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탈세나 횡령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회장을 재소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롯데그룹 경영비리 전반에 관해 폭넓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시간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를 통해 거액의 횡령과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 회장 측은 혐의 상당 부분을 부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혐의액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날 조사 내용에 따라 비자금 조성액과 탈세액 등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도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우리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별도의 통역 없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3개월 간 진행된 롯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신 회장의 혐의액수가 크지만, 검찰은 신 회장을 구속할 경우 롯데 그룹 경영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 신 회장 조사 이후에는 강현구(56) 롯데홈쇼핑 대표에 대해 2차 조사를 벌인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5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건설의 김치현(61) 대표에 대한 조사도 예정돼 있다.

지난 6월 롯데그룹을 본격 수사한 검찰은 그동안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소유주 일가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주요 피의자 중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롯데시네마 식음료 판매 일감을 몰아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미경(59) 씨만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수사팀은 일본에 체류 중인 서 씨에 대해 여권무효 조치 등 강제입국 조치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이달 내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들을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계열사들로 하여금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특정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고, 일본과 국내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수백억 원대 급여를 부당하게 받아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2002년~2011년 사이 500억 원대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신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정책본부의 관여 없이 조성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조성 내역과 용처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다만 조성된 자금 전체에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시효 문제를 포함해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처벌된 부분이 있고, (파악되는) 비자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처벌이 가능할 지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에 200억 원대 수수료를 부당지급한 부분에 신 회장이 관여했는 지도 조사 대상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원료 거래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 수수료를 부당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 측은 일본 롯데물산이 1998년 금융위기 때 자금지원을 해준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규모가 지나치게 큰 점 등을 감안해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270억 원대 소송사기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4년인수한 KP케미칼의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고정자산 1512억여 원을 장부에 반영해 감가상각을 이유로 소송을 내 법인세 등을 부당하게 환급받았다.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은 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KP케미칼 인수 당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다.

중국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 등 해외 기업 부실 인수 의혹과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부당 지원,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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