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들어 국고채 단순매입(이하 단순매입)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2조8500억원 규모가 만기도래하면서 한은의 단순매입 보유 잔액도 12조7200억원까지 줄었다.
다만 한은의 설명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이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상황과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계속된 점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실제 7월말까지만 해도 주요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서는 기획재정부의 국고채 50년물 발행 이슈와 관련해 초장기물인 20년과 30년물 등이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13일 현재 30-10년간 금리차(스프레드)는 0.3bp까지 좁혀지며 2012년 9월28일 -1bp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실제 최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등으로 유동성 조절 필요규모(평잔기준)가 올 1분기 중 201조9000억원에서 2분기 중 202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 순매각 및 통화안정계정(통안계정) 예치 규모는 올 1분기 각각 13조3000억원과 9조9000억원에서 2분기 14조6000억원과 11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RP 순매각과 통안계정이 전체 유동성 조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 1분기 중 각각 6.6%와 4.9%에서 2분기 7.2%와 5.6%로 상승했다.
단순매입이 RP 매매를 위한 담보채권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한은이 의도적으로 이를 자제해온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말 미 연준(Fed)이 금리인상에 나섰고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대비키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즉, 미 금리인상에 따른 장기채 금리 상승시 단순매입이라는 카드를 통해 이를 안정시키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매입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은이 연내 단순매입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점 역시 Fed의 금리인상이 9월 혹은 연말로 코앞에 다가온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순매입은 통상 국고채 20년과 10년, 5년물 중 비지표물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이를 재료로 장기물이 강세를 보여왔다. 과거 한은도 각종 보고서를 통해 단순매입을 위기시 시장안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