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과 증권차입이 올들어 깜깜무소식이다. 향후 단순매입과 증권차입을 실시한다면 예년에 비해 상당히 늦게 시작되는 셈이 됐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올들어 국고채 단순매입과 증권차입이 전무하다. 이처럼 연중 실시시점이 늦었던 때는 단순매입의 경우 2013년 이후 3년만이다. 당시엔 4월25일에 실시했었다. 증권차입도 상대매매 방식으로 첫 실시됐던 2012년 3월15일 이후 가장 늦고 있다. 2014년 3월19일이 연중 가장 늦게 시작한 증권차입이었다.
한은이 11-1종목을 보유했던 규모는 78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국고채 규모는 연초 15조5700억원에서 14조79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상 유동성조절 수단중 하나인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위해 국고채를 보유하거나 증권차입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를 RP매각을 위한 담보채권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초과지준이 많이 늘지 않아 유동성조절을 통해 환수해야할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RP매각은 물론 통안채와 통안계정예치금 발행도 크게 늘지 않았다. RP매각의 경우 현재 갖고 있는 채권 내에서도 (담보량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의 주요 유동성조절수단의 규모가 올들어 감소세다. 우선 대표적 유동성조절수단인 통안채의 경우 발행 순증규모는 1월 현재 1조56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작년 평균규모는 2조9000억원이었다.
통안계정예치금 발행잔액도 지난해말 14조4000억원에서 현재 1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RP매각 역시 올들어 131조5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기간(181조3000억원) 대비 50조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쪽에서 자금을 빼가는 흐름이 이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동성측면에서 재정조기집행은 증가요인이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은 감소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과 증권차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앞선 한은 관계자는 “국외부문과 정부, 민간, 기타부문 등 외생적 변수에 의해 지준상황이 바뀌긴 하나 정부조기집행이나 외국인 자금유출등이 곧바로 지준상황과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유동성 조절 필요 규모가 어떻게 변할지 예단키 어렵다. 시장상황에 따라 다를수 있다”며 “큰 변화가 없다면 좀 더 지켜볼 것이지만 유동성규모가 커져 RP매각을 해야할때는 (단순매입과 증권차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